[경상시론]AI 기술혁명의 시대, 바뀌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기술혁명, 사회 구조적 변화 견인
새흐름 읽는 상상력·통찰력 필요
인식 전환 능력이 미래 대응 핵심
우리는 자율주행, 자율제조, 자율실험실 등으로 대변되는 자율시스템(autonomous system)으로 향하는 AI 기술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혁명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과 도구가 등장하는 사건을 넘어서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런데,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현재의 인식틀에 맞추어 그 기준 속에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익숙한 현재의 사고방식은 앞으로 펼치지는 AI 기술혁명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흔히 자율주행을 ‘운전자가 없어지는 자동차’로 이해한다. 사람이 하던 운전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자율주행은 기존의 자동차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자동차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다. 운전이 필요 없는 순간, 자동차 구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지금처럼 앞을 보고 앉는 좌석 배치가 아니라, 서로 마주 보는 구조가 가능해지고, 전진과 후진의 구별이 무의미해진다. 또한, 이동 중 회의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심지어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은 더 이상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활용하는 시간이 된다. 더 나아가 차량 소유 개념도 약해질 수 있다. 필요할 때 호출하는 이동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자동차는 개인 자산이 아니라 공유되는 서비스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당연히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보험 산업은 사고 책임 구조가 바뀌면서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물류 산업은 무인 배송을 중심으로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도시 설계 역시 주차 공간이 줄어들고, 도로 활용 방식이 바뀌면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즉, 자율주행은 단순히 운전자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변화라고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한계는 혁신적 기술이 등장하는 시기 마다 있어왔다. 디지털 카메라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 많은 이들이 단순히 ‘필름이 디지털로 바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변화는 이보다 훨씬 더 컸다. 필름 카메라는 사진 한 장을 찍을 때마다 비용이 들었고, 결과를 확인하려면 인화 과정을 거쳐야 했고, 사진은 신중하게 찍는 대상이었다. 반면 디지털 카메라는 수백 장을 찍고 그중 좋은 사진 만 남길 수 있게 만들었다. 사진은 더 이상 ‘기록’이 아니라 ‘선택과 편집의 결과’가 되었다. 여기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결합되면서 사진은 즉시 공유되는 콘텐츠로 변했다. 오늘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문화는 이 변화 위에서 탄생한 것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단순한 장비의 변화가 아니라, 사진을 소비하고 소통하는 방식 전체를 바꾸었다. 더 오랜 전 사례로 거슬러 가보자. 마차에서 기차로의 전환 역시 비슷하다. 마차에 익숙해 있던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말 대신 증기기관이 끄는 마차’로 이해했다. 이러한 인식의 틀 속에서, 철도의 폭은 200여 년 지난 지금까지도 과거 마차의 규격 그대로 전승되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오래동안 과거의 기준에 묶여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기차는 단순히 마차의 대체재가 아니었다. 이동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면서 사람들은 더 먼 거리를 일상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산업 구조와 도시의 형태까지 바꾸었다. 시장은 지역 단위를 넘어 전국 단위로 확장되었고, 일상생활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 자체가 재정의되었다. 위의 사례들에서 보듯이, 기술혁명은 대체라기보다는 재구성을 가져온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기술혁명은, 앞으로 사회 곳곳에서 거대한 변환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기술을 잘 아는 능력 뿐 아니라, 그 기술이 우리의 일상과 산업, 사회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를 상상하고 우리의 인식틀을 전환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기술을 이해하는 방식이 현재에 머물러 있다면, 우리는 늘 변화의 뒤를 쫓아 다닐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기술혁명의 시대에 물어야 할 질문은 ‘이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다시 설계하는가?’이며, 이 질문에서 출발할 때, 우리는 비로소 변화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 김영춘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본 칼럼은 2026년 6월 19일 경상일보 “[경상시론]AI 기술혁명의 시대, 바뀌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